카테고리 없음 2011. 6. 11. 23:17
* 이 글은 http://empire.achor.net/diary/1459 에서 발췌된 글로 일부 이미지, 동영상, 코드 등이 누락되어 보일 수 있습니다.


물론 어느 순간 처음으로 시윤이 일어섰을 때
나는 충분히 환호했었다.
시윤이 드디어 직립보행 하는 인간의 단계로 들어섰다는 뿌듯함이기도 했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안도감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걱정으로 바뀌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시윤은 일어서는 법은 알게 됐지만
다시 앉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녀의 결말은 항상 쿵 하며 주저 앉거나 앞으로 고꾸라지는 것이었고,
동시에 날카로운 사물에 부딪히는 일도 종종 발생하였다.

처음에는 차라리 일어서지 못하게 해보기도 했으나 그녀의 인간이 되고자 하는 욕구를 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날카로운 모서리에 완충물을 부착하고, 넘어질 공간에 쿠션을 도배하는 방법도 써봤지만 이 역시도 완벽하지 못했다.
그저 노심초사 하며 24시간 초근거리에서 방어적으로 관리감독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고,
이는 사실 부모에게도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 시윤을 보며 생각했다.
아기라 하여도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일어서면 결국 아프게 착륙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닫게 되고, 그렇다면 결국 일어서지 않게 되지 않을까.

그러나 시윤은 고통적인 결말을 알면서도 끊임 없이 일어서려 했고,
나는 결국 아기들에겐 본능조차도 형성되지 않아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할 수 없고,(물론 그렇다면 그것은 본능이 아니겠지만)
반복적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것 또한 아기 단계에서는 불가능한 일로 생각해 버렸었다.


그러나 내 생각이 짧았다.
시윤은 내 어설픈 가정을 완전히 깨트려 버렸다.

시윤은 반복된 고통의 경험을 통하며
일어서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일어서는 법을 깨달은 것처럼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다시 앉는 법을 깨달아 냈다.

그녀는 주변 사물을 이용하여 다시 안전하게 착륙하는 법을 스스로 익혀낸 것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21BNOmanVFA

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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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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