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2011. 4. 26. 03:58
내일,
민방위훈련인 덕에 가서 잠이나 잘 요량으로 늦게까지 버티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러 가기 전 짧게 글 하나 남겨 둔다.


고등학생 시절
근처 공고에서 한 학생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와 아무 관련 없을 뿐더러 누군지도 모르고, 심지어 진짜인지 조차 모를 그 이야기가
너무 오랫동안 내 기억에 자리 잡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11월이었고, Guns N\'Roses의 November Rain을 듣던 시절이었기에
11월과 가을비, 내 고등학교가 위치해 있던 쓸쓸한 공간감, 그리고 자살이라는 단어가
총체적으로 우울하고, 음침한 분위기로써 내 기억에 오래 자리 잡고 있지 않나 싶다.


대학 시절엔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8MM란 영화의 장면이 기억에 남겨 졌다.
콘테이너 박스들로 가득한 인적 드문 창고,
아무 죄 없는 소녀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납치 되어 스너프의 희생양이 되어진다.
세상 누구도 알 지 못한 채 억울하고 쓸쓸하게 죽어 간다.

그 시절엔 엽기,라는 단어가 지금처럼 희화화 되지 않은 채 본연의 의미로 쓰이고 있었고,
나는 엽기적인 영상, 이를테면 백인 성인 남성들이 흑인 아동의 사지를 절단하는 등을 보던 시절이었으며,
그것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지만 어딘가에선 매우 충격적인 일들이 아무도 모르게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는 충격,을 내게 주었었다.

요즘,
이지아를 보며 내 잊혀졌던 잔인하면서도 쓸쓸한 기억이 떠올려 졌었다.


아마도 처음엔 행복했으리라.
TV에서 보던 우상이 삶에 나타났고, 둘만의 비밀을 갖게 되었으며, 광활한 토지 위에서 부족함 없이 행복했으리라.

그러나 영원할 수 없었고,
우상에 대한 안대가 풀렸을 때부턴
결코 이야기 할 수 없는 혼자만의 비밀을 안고,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채로 살아야 했으리라.

그 넓은 집안에 홀로 남겨져 언제 돌아 올 지 모를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
어둡고, 쓸쓸하며, 우울하고, 외롭다...

더 보기 : http://empire.achor.net/blog/1443
posted by ach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