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2011. 4. 29. 01:29
갑작스러운 선웅 아버님의 영면 소식을 듣고 퇴근 후 한 걸음에 달려 간다.
절을 올리고, 선웅을 위로한다.
충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얼굴이다.

수민, 민석, 문숙, 경민, 성훈.
하나 둘 찾아든다.
다들 꽤나 오랜만이다.

그간도 친구의 부모상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고, 부모의 입장이 된 후로는 처음이었다.
어쩐지 예전과 좀 다른 느낌이 들어온다.


상례에 익숙한 친구들도 있고, 아직은 서툰 친구들도 있다.
대학 저학년 시절, 친구 부모상을 처음으로 찾았던 그 때, 상주와 맞절을 한 후 아무 이유 없이 살짝 웃음이 났던 기억이 난다.
친구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 아직 그 미안함이 생생하다.
내게도 상례에 미숙했던 적이 있었더랬는데,
이렇게 익숙해 진 지금을 보면 적잖은 죽음을 지켜봐 왔구나 하는 생각은 든다.

친구들과 모여 앉아 소주 한 잔 나눈다.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도 함께 나눠진다.

예전엔 상자리에서 그저 얼굴이나 비치고 가는 정도의 단역 액스트라였다면
이제는 주연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중있는 조연은 된 느낌이다.
마치 무게 있는 상주 친구로서의 역할을 부여 받은 착각이 들어 온다.

문득 1996년 作 학생부군신위, 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당시 이런저런 상을 받았던 것 같지만 특별한 주제의식 같은 건 없었던 것 같고, 그저 상갓집 풍경을 리얼하게 담았던 영화로 기억한다.
그 시절엔 그냥 별 볼일 없는, 재미 없는 영화였는데
지금 다시 본다면 무언가 좀 더 다르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네 선배들이 했던 말처럼
어느새 우리도 결혼할 때 오랜만에 보는 시기를 지나
이제 상갓집에서 보는 시기가 왔구나, 하는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나는 아무 신경 안 써도 되고, 그저 따라하기만 했던,
그저 아버지의 일인 것만 같았던 세상의 일들이
이제는 점점 더 내가 주체가 되어 나, 그리고 내 주변의 일이 되어 간다.

사실은 아직 뭘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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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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